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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유아 폭행사건은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죠.
그런데 어린이집 못지않게 노인 요양시설에서도 폭행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 엄청나게 늘어난 요양시설 곳곳에서 노인들은 과연 인권을 지키며 제대로 보호받고 있을까요.
신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검게 피멍이 든 손이 퉁퉁 부어올랐습니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80대 홍모 할머니는 넉 달 전 손등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요양원 거주자]
"(요양사가) 숟가락으로 여기 쳐서 이래요. (피가) 나오는 걸 휴지로 덮어서 비닐봉지로 싸서 밤새도록 누르고 있었어요."
CCTV가 전혀 설치되지 않은 요양원에서는 할머니가 침대 기둥에 손을 자해한 것이라고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80대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딸은 어느 날 요양원을 방문했다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잘 걷던 어머니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얼굴엔 멍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급히 데려고 나와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허리와 다리, 발가락 2개가 부러진 중상이었습니다.
[장윤정]
"사고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있었다고 (요양원이) 얘기를 하는 거고 그제야. 치매도 있으신 분이 나 괜찮다고 그러니까 연락을 안 했대요."
매년 노인 학대 신고는 1만 건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시설에서 학대받았다는 신고가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이처럼 의심과 논란으로만 머물다 유야무야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CCTV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모습을 담는 것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안 된다고 요양시설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혹이 불거져도 폐쇄적인 요양원에서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윤경/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CCTV는) 노인 학대라든가 적절하지 못한 보호가 일어났을 때 명확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요. 직원들의 신변 보호라든가 이런 부분에도 충분히 장점이 (있습니다.)"
CCTV가 없는 문제를 보완하겠다며 정부는 3년 전 '인권지킴이' 제도를 대대적으로 시작했지만 역시 유명무실.
지금까지 이들이 적발한 학대는 한 건도 없습니다.
유급 직원과 자격증 있는 봉사자가 1주일에 한 번 법적 권한을 갖고 시설을 감시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봉사자가 한 달에 한 번 1시간 동안 방문해 문의하는 게 전부입니다.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채 노인요양시설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현재 5천 곳 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소득에 관계없이 시설 이용비를 지원하면서부터 돈 되는 사업으로 여기다 보니 너도나도 뛰어들어 7년 새 무려 4배로 급증했습니다.
[전용호/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 명의 노인이라도 더 많이 모셔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관의 수익과 직결되는 방식으로 바뀌었거든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써 대상을 여길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 꼭 필요한 요양시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이뤄지는지 모두가 알 수 있는, 투명한 구조가 시급합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