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여성의 사회진출과 출산율의 관계를 분석한 국제비교연구는 여성의 지위가 낮은 국가에서는 여성의 취업과 출산율은 부적 관계를 보이고, 여성의 지위가 높은 국가에서는 반대로 정적 관계를 보인다고 하였다. 즉, 여성의 취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은 여성의 지위가 낮은 국가에서 발견되는 사회현상이라는 것이다.
Description:
정부가 2006년에 수립한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은 올해 실행 10년을 맞았다. 그동안 정부가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에 투입한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목표치에 도달했다는 보고는 들려오고 있지 않다.
저출산을 야기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한 만혼과 양육비 부담, 양질의 보육시설 부족, 취업모 가구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에 기초하여 양육수당 지급, 보육료 지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모성보호정책 및 가족친화정책과 같은 각종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러한 정책들이 과연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는데 효과적일지는 미지수이다.
저출산을 야기하는 현상에 대한 이해는 정책의 계획 및 도입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저출산 현상을 바라보는 조금 다른 시선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출산율의 관계를 분석한 국제비교연구는 여성의 지위가 낮은 국가에서는 여성의 취업과 출산율은 부적 관계를 보이고, 여성의 지위가 높은 국가에서는 반대로 정적 관계를 보인다고 하였다. 즉, 여성의 취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은 여성의 지위가 낮은 국가에서 발견되는 사회현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성 취업률은 출산과 미취학 아동의 양육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30대에 급격히 떨어지는 M자 패턴을 보이고 있지만 전 연령대에서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는 하위권에서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즉, 낮은 여성의 지위를 고려해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저출산 현상을 야기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출산율의 관계만을 단순히 고려했을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접근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여성의 취업률을 낮춤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인데, 여성의 사회진출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현상이 되어버렸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불가능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남은 접근방법은 여성의 지위를 높임으로써 여성의 취업률이 출산율 상승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유리천장(glass-ceiling) 지수는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여성은 고등교육을 받을 확률, 노동시장 참여율, 연봉수준에서 남성과 보이는 격차가 OECD 평균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과 관련된 결정과 행위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정책은 개인적인 영역에 이루어지는 결정과 행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정책의 효과를 관찰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일은 교육현장이나 기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정책의 효과를 단시일 내에 관찰할 수 있다. 출산율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시도가 현재까지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시도를 이제는 해야 하지 않을까?
정선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