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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한국영화사 100주년의 해였다. 한국영화는 지난 20여 년간 산업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고,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할리우드를 모델로 한국영화 산업이 전개되면서, 한국영화 흥행의 중심에 할리우드 장르의 영향을 받은 영화가 자리하게 되었다. 그 결과 2000년대에는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으로도 평가를 받은 감독 대다수가 장르의 활용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봉준호 영화를 <살인의 추억>(2003)과 <괴물>(2006)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장르 영화는 대중에게 어필해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보수적인 속성을 갖기 마련이다. 범죄 또는 괴물에 의해 정상적인 사회질서가 교란되는 형사영화와 괴수영화 장르의 경우, 주인공은 결국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제거한다. 그럼으로써 범죄자와 괴물의 위협은 비록 일시적이라고 해도 결말에서는 해소되고 사회는 정상 상태로 복원된다. 그러나 <살인의 추억>과 <괴물>의 주인공은 끝내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실패하는 결말에 이른다. 두 편 모두 장르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사회질서의 복원에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이와 더불어 장르의 컨벤션에서 벗어난 지점들이 텍스트의 징후라고 한다면, 권위주의 정권 시대의 한국사회 뿐만 아니라 2000년대 한국사회의 정치적 무의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봉준호 영화는 장르의 외피 아래 텍스트의 징후를 통해 역사의 실재를 드러낸다. 이것은 역사적 필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내포적인 것에서 명시적인 것으로 이행한 결과이다. 프레드릭 제임슨이 문학을 현대사회의 가장 중요한 매개 형식으로 중요시했다면, 봉준호 영화는 한국사회의 정치적 무의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 형식으로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봉준호는 장르를 활용함으로써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과 해외 영화관계자들이 그의 영화를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성’을 확보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장르의 변형과 텍스트의 징후를 통해, 1980년대 이후 2000년대 한국사회의 정치적 무의식을 담지해냈다. 장르의 활용과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역사적인 관점을 통해, 봉준호 영화는 흥행 성공과 작품의 평가라는 대대적인 성과를 이루었다. 그럼으로써 2000년대 한국영화의 양적, 질적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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